[책] 천 개의 파랑
YAN 25-06-28 22:23 39
드디어 읽는 천 개의 파랑...
휴머노이드 기수라던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읽고 있어서 흥미진진함!
별로 안 두꺼워서 금방 읽을 듯.

타래 작성일 :

감상 완료일 :

YAN

8p. 내가 추론해낸 바를 말하자면, 고통은 생명체만이 지닌 최고의 방어 프로그램이다. 고통이 인간을 살게 했고, 고통이 인간을 성장시켰다.

9p. 나의 구원자이나 나를 선택한 세계

12p. 그러니까 콜리는 인간의 실수로 탄생한 셈이다.

21p. 세상에는 단어가 천 개의 천 배 정도 더 필요해 보였다.

27p. 투데이, 행복한가요? 그럼 저도 행복한 거에요.

28p. 투데이의 등에 앉아 달릴 때마다 콜리는 숨을 쉬었고, 호흡이 행명의 특권이라면 콜리는 그 순간만큼은 생명이었으묘, 생명은 살아 있는 존재라는 뜻이었다. 콜리는 살아 있었다.

29p. 투데이도 달릴 때에만 살아 있다. 투데이가 살아 있기 위해서는 달리는 수밖에 없었다.

31p. 콜리는 짧은 순간 완주해야 한다는 존재 이유와 투데이를 살려야 한다는 규칙 사이에서 고민했다. 그리고 길지 않은 시간을 들여 후자를 선택했다. 투데이를 지켜야 한다.

60p. 그리움을 느끼려면 그리워할 대상이 분명하게 존재해야 했다. 말들이 실체를 기억할까. 한 번도 초원을 밟아보지 못한 말들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답답함만 느낄 것이다. 갇혀 있지만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모르는 상태. 문명사회 이후 쌓아온 말들의 기억 DNA는 초원보다 마방에 더 많을 것 같았다.

80P. 많은 이들의 시선보다 단 한 사람의 시선을 받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삶이었다.

81P. 더불어 보경은 내내 그 3%가 불안했다. 3&의 수치가 이토록 멀쩡히 살 수 있었던 보경의 삶을 포기하라고 했던 것처럼 언젠가 소방관에게도 그런 3%가 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었다.

86p. 죽음이 확률로 계산되지 않고 예견되지 않는 날들을 쭉 누릴 생각이었다.

93p. 사람은 이따금씩 강렬하게 무언가에 끌렸다. 그게 사람일 수도, 사랑일 수도, 음악일 수도, 물건일 수도 있었다. 그 강렬한 끌림 앞에서는 무엇도 걸림돌이 될 수 없다. 마지막 월급을 전부 꼬라박을 정도의 강렬한 끌림을, 어제 연재는 다 망가진 콜리를 보고 느꼈으리라.

106p. 연재는 그때 손바닥과 다리에서 들개의 엔진을 느꼈고 사람의 심장박동처럼 움직이는 유압기의 피스톤질을 느꼈다. 들개는 살아 있었다. 숨은 쉬고 있지 않지만 살아 있는 지성의 어떤 생명과도 전혀 다를 게 없었다.

115p. 허리와 목을 꼿꼿하게도 펴 앉았구나. 근데 외로워 보인다.

YAN

30분동안 70p정도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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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p. 인간 역시 이따끔씩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할 때가 있었으나 언제나 회생 가능했다. 하지만 말은 말취급을 받지 못하면 살아갈 수 없었다. 달릴 수 없는 말은 지구에서 살아갈 이유를 얻지 못했다.

141p. 누가 자라지 않은 초목의 기둥을 꺽었는가. 그로 하여금 꿈을 꿀 수 있는 그늘을 빼앗은 이는 누구인가.

157p. 보호받지 못하면 살 수 없도록 만들어 놓고 이제 와서 자유를 주다니. 복희는 그것 역시 작해지고자 하는 인간의 이기심이라 여겼다.

163p. 보경은 단지 어떤 일을 하기 전엔 느끼는 다급함과 초조함이 싫었다. 그러니 모든 일은 예정보다 조금 더 일찍, 버스를 놓치거나 영화 관람 시간에 늦는 일이 없도록 부지런을 떨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소방관은 초조함을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다는 듯이 행동하지 않았던가. 세상의 시간에 묶여 있지 않는 것처럼.

168p. 친절하지 못했던 이별처럼 그리움도 불친절하게 찾아왔다.

179p. "삼차원의 우리가 일차원의 말에 상처받지 말자."
-이 말 좋아서 형관펜 칠했는데 이후의 행보에 배신감 느낌

186p. 돌아오는 길이 외로워, 엄마. 힘들지는 않은데 외로워. 외롭다는 게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나는 그 길이 외롭다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아.

187p. 봐봐, 없지? 모르겠으니 일단 열심히 할 거야.
뭐를?
뭐든! 밥 먹는 거든, 약 먹는 거든, 운동하는 거든, 공부하는 거든. 내가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건 일단 열심히 하고 있을래. 그렇게 있다 보면 무슨 일이든 방법이 생기지 않겠어? 언제까지 그렇게 있을 수는 없잖아.
그래, 알겠어?
뭐가?
내가 할 수 있는 걸 할게. 그게 뭔지 모르겠지만, 나도 그걸 해볼게. 그리고 나를 내가 응원해볼게.

190p. 나는 강하다.
나는, 지킬 수 있다.

YAN

3~40분동안 70p정도 읽은 거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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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p. "미안, 인간이 원래 이렇게 주책없어. 그런데 너는 그리움이 뭔지 모르겠지? 부럽다."
"그리움이 어떤 건지 설명을 부탁해도 될까요?"
"기억을 하나씩 포기하는거야."
"문득문득 생각나지만 그때마다 절대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인정하는거야. 그래서 마음에 가지고 있는 덩어리를 하나씩 떼어내는 거지. 다 사라질 때까지."
"마음을 떼어낸다는 게 가능한가요? 그러다 죽어요."
"응. 이러다 나도 죽겠지. 죽으면 다 그만이지, 하면서 사는거지."

205p. "그리운 시절로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현재에서 행복함을 느끼는 거야."
"행복한 순간만이 유일하게 그리움을 이겨."

210p. 사람은 아주 가끔, 스스로 빛을 낸다.

218p. 민주는 말들의 관리인이 아니고 보이지 않는 마방에 갇힌 또 다른 말이었다. 사회는 개개인이 촘촘히 연결된 시스템이었고 그 선은 서로의 목을 감고 있었다. 살기 위해서는 끊어야 할 때 연결된 선을 과감하게 끊어야 하는 것이다.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죽이느냐 마느냐의 문제였다.

261p."고작 이틀에서 14일로 삶을 연장한다고 뭔가 달라질까?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생길까...?"
"당연하지. 살아간다는 건 늘 그런 기회를 맞닥뜨린다는 거잖아. 살아 있어야 무언가를 바꿀 수 있기라도 하지."

YAN

얼마 안 남은 것 같아서 그냥 마저 다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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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4p. 독립적인 사건들처럼 보였는데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그 모든 일들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생이 수면 위의 파동 같았다.

283p. "생명은 저마다 삶의 시간이 다른 것 같아요."
"... 다르지, 달라."
"그렇다면 인간은 함께 있지만 모두가 같은 시간을 사는 건 아니네요."
"같은 시대를 살고 있을 뿐 모두가 섞일 수 없는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네요. 맞나요?"

308p. 숨이 없는 것만이 할 수 있는 위험한 욕망이었다. 하지만 방금 전의 문장은 오류다. 숨이 없는데 어떻게 욕망이 있을 수 있을까.

313p. "누구라도 틀려. 원래 살아간다는 건 틀림의 연속이야."

344p. 살아 있지 않은 걸 사랑할 수 있는 것도 인간밖에 없으리라.

348p. "죽지 않는 한 시간은 영원히 흐르니까, 잠깐 멈추는거야 문제도 아니지."
"살아 있는 사람의 시간은 흐르기 마련이니까. 차라리 그게 나을 수도 있고. 너무 빠르게 달리면 다 놓치고 산대."

349p. 우리는 모두 천천히 달리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

351p. 힘들면 포기하는 것도 방법이다. 비록 생명이 무언가를 포기하기 위해서는 아주 많은 노력을 해야 하지만.

YAN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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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이다! SF소설이라서 엄청난 SF적 소재가 나오기라도 하나 했는데 생각보다 SF적 요소는 적었고 전체적으로 휴먼드라마라는 인상을 더 받기는 했다. 각자의 상처에서 벗어나고 나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고나 할까. 콜리가 주일 것 같았지만 나는 읽으며 은혜와 투데이의 관계가 참 좋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은혜라는 캐릭터를 특히 좋아했던 것 같다. 아마 그가 자유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콜리는 오히려 보경과의 관계가 참 재미있고 좋았다. 어색하고 가까워지지 못할 것만 같은 둘은 어느 순간부터 편하게 대화를 나누는 '친구'사이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전체적인 이야기 흐름이 좋았다. 하지만 동시에 아쉽기도 했다. 이미 콜리의 끝이 확정된 상태에서 그 사이에 있었던 일들이 진행이 되는데 뭐라고 할까... 분명 좋은 문장들이 많았고 캐릭터들도 매력적이었지만 그것이 내게는 그닥 신선하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읽으며 피식 웃기도 하고 마음에 와닿은 문장에 하이라이트도 치며 곰곰 생각을 해 보았는데 좋은 문장들이지만 그래, 역시 새롭지는 않다. 물론 꼭 모든 것이 새로울 필요는 없다. 이미 알고 있던 것들도 다양한 것들을 통해 또다시 되새기고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도 있으니까. 다만 천 개의 파랑은 나에게 그런 새로움과 감동을 선사해주지 못하였다. 이미 다 지나가며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말 들. 어쩌면 모두가 이미 알고 있는 방식. 그리하여 새로움을 받지 못한 것이 참으로 아쉽다. 하지만 책 자체는 무척이나 좋았다. 너무 어렵지 않은 내용이라 가볍게 읽기 좋았고 술술 읽히기도 하였다.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분위기를 보여서 더 그랬던 것도 같다. 그리고 희망이라는 것을 계속하여 보여주는 책이기도 하였으니 한켠으론 마음이 편하기도 하였다.

콜리의 끝은 참 슬프다고 생각한다. 콜리도 그 이후에 벌어지는 일들을 보았으면 정말 좋았을텐데. 하지만 콜리는 아쉬워는 해도 슬퍼하지는 않을 것 같다. 결국 투데이는 죽지 않았으며 연재는 집이라는 세상 밖에서 나갔고 은혜도 진정한 자유를 가지게 되었으며 보경은 멈추었던 시간을 다시 흐르게 만들었으니까. 이 모든 것에는 콜리가 있고 콜리라는 존재가 있었기에 시작된 흐름의 조각들이다. 그러니 콜리는 살아있다. 그들의 삶 속에, 기억 속에 영원토록 이상했던 휴머노이드, 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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