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41
[책] 인어가 잠든 집
인어가 잠든 집 (히가시노 게이고)
추천으로 읽은 책~! 재미있었고 정말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주인공 부부의 딸이 익사로 인한 뇌사상태에 빠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일본 내의 장기이식법이라던가... 소설 속에서도 그러한 것들을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기는 하지만 역시 어렵다! 그래서 적당히 중요한 부분만 보며 읽었다.
몇가지 인상깊은 장면들이 있었다. 가오루코는 미즈호의 뇌사, 즉 죽음에 가까운 이 상태를 받아들이지 않고 미즈호가 다시 눈을 뜨고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진다. 그 과정에서... 뇌파라던가, BMI라던가, 횡경막에 기계? 같은 것을 붙여 스스로 숨을 쉴 수 있게 만들어준다던가... 여러가지 천담적인 장치들과 요소들이 나오기도 해서 신비롭다. 그 중 가장 인상깊고 조금은 불쾌하다고 느낀 것은 뇌파... 전기 자극? 등으로 근육을 자극해 움직일 수 있게 만든 것이다. 그러니까 미즈호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잠들어있다. 하지만 기계로 그녀의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처음에는 혁신적이라 느낄 수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은 불쾌함을 느꼈고 나도 읽으며 아주 조금은 불쾌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타인이 보기엔 그저 그는... 인형에 불과하지 않은가. 단지 누군가 조작을 해내야만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것에 불과하지 않은가.
미즈호는 뇌사 판정을 받지 않았다. (부모가 검사를 거부했기 때문에.) 하지만 눈을 감고 깨지도 않으며 몸을 움직이지도 않는다.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스스로 숨을 쉴 수도 없다. 그럼에도 미즈호의 몸은 착실하게 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것은 살아있는 인간인가, 시체인가. 이 지점이 책 속에서도 거듭하여 물어보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아무도 그 질문에 대답을 할 수 없다. 죽음이란 단지 어떠한 기준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것이기에. 그것은 그 누구도 정할 수 없는 것이기에...
미즈호의 엄마이자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가오루코는 굉장히 헌신적이다. 그리고 미즈호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했기에 그의 가치관을 타인에게 강요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결국 받아들인다. 그리고 미즈호가 스스로 떠나기를 기다리며 그를 보살핀다. 자식을 향한 부모의 사랑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이하 읽으며 마음에 들었던 대사들.
인어는 걷지 못한다.
사람에게는 반드시 도망갈 구석이 필요합니다. 언제 어느 때라도요.
"나는 잘 잊어버리지 못하는 성격이라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당신의 배신을 떠올릴거야.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아도 마음속으로는 당신을 원망할지도 몰라. 그런 식으로 살다가는 아주 해괴망측한 사람이 될 것 같아."
"죄송하지만 어떻게 하는 게 당신에게 최선인지 저로서는 대답해드릴 수 없습니다. 그걸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본인뿐이에요. 다만, 고민을 계속하는 건 의미 있는 일이고, 고민의 형태가 반드시 달라질 거라는 점만은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매일 똑같은 고민을 하는 것 같아도 그 본질은 미묘하게 달라진다는 뜻입니다.
유야 씨, 저게 당신이 지키려는 세계야? 그 세계의 끝에 뭐가 있는데?
고통에 빠진 투수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포수뿐이란 말이야.
인간의 의식은 영원한 블랙박스입니다.
"지금 집에, 저희 집에 있는 제 딸은 환자입니까, 아니면 시체입니까?"
꿈에서 깨어난 소년에게는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다.
"세상에는 미쳐서라도 지키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 있어. 그리고 아이를 위해 미칠 수 있는 사람은 엄마뿐이야."
내게 소중한 생명을 준 아이는 깊은 사랑과 장미향에 둘러쌓여 행복했을 거라고.